퇴직 만 4개월

일기장 2018. 9. 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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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개월을 채웠다.

실업급여 실업인정도 이제 끝이다.


돈관리도 잘 해와서 이맘때 쯤 되면 아주 심각하게 쪼들릴 꺼라고 생각 했는데

조금은 더 여유가 생겼다.


물론 4개월간 기존과 같이 저금을 했다면 80만원 이상 통장에 저금이 되어 있었겠지만

당장 4개월간은 통장 잔고의 현상 유지가 중요 했으니까.




내 퇴사 사유는 두가지 였다.


첫번째로는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당관리가 정말 잘 되고 있었고 고혈당을 본적이 몇번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고혈당이 아니라 저혈당이 날 괴롭혔다.

힘을 많이 쓰는 일을 하고나서 어지러워서 당 찍어보면 막 55이럴 때도 있었고.


두번째로는

계속 이런 삶을 살아 갈수는 없어서다.

말단 기사로 회사 다니며, 먼지가 가득한 지하 최 하층의 먼지쌓인 창고에서

안 맞는 자재 갯수 세면서 생각 했다, 내가 공부 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밖에 못산다고.

이런 삶을 계속 살고 싶지 않다고.


사실 이유는 두가지 였는데 어느게 먼저 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년을 넘게 근무 했기에 퇴직금도 있었고, 회사에서 너같은 멍청한거랑 같이 일 못하겠다고

권고 사직 해줄 때 좋게 나가라는 압박감도 있었고. 




퇴직을 할때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1. 시간이 너무 짧아서 당연히 합격 못 하겠고

학원 개강 타이밍도 한참 안맞았아서

전기 산업기사 필기를 독학으로 간단하게 한바퀴 돌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 보려고 했다.


2. 몸관리를 열심히 해서 당수치를 더 내리고 더 건강해 지겠다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1번은 실패했고

2번은 절반의 성공이다.


1번의 대체제로 컴활2급 시험이라도 할까 했는데 솔찍히 노력을 너무 안 하고 있다.

2번은 살은 안빠졌지만 당화혈을 포함한 모든 검사 수치가 정상 중에서도 아주 정상수치에 걸렸다.

안 빠질법도 한게 1년 조금 더 되는 시간 동안에 정체기 없이 42kg을 뺐는데 4개월 정체 되어 있는거야 뭐....

4달간 꾸준히 몇번 안빠지고 매일매일 운동을 했고... 노력 했다.





강박장애 치료와 더불어 내 인생에서 삭제된 지난 2년간의 기억을 가지고

나는 다시 그런 무의미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생각 했다.


그래선지 지금 이렇게 4개월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 했다고 생각 하니 괴롭기도 했다.

(아직 조금은 남아버린 완벽에 대한 강박일까)





하지만 인생은 길다.

100세 시대에 2년 4개월 놀은게 뭐 어때서?

전혀 생산성 없이 4개월을 보낸것도 아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고 가장 의미 있던 4개월을 보냈다.

풍족하게는 아니였지만 자동차에 집중 할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 했고 의미 있다고 생각 한다.

마음의 부자가 이런걸까 싶다.


무엇보다 숨쉬기에 살아가던 내게 자동차와 시간을 통해

삶의 이유와 원동력이 되었다.


세상엔 절망만이 존재 하고

소수를 제외 하곤 죽지 못해 살아 간다고 생각 하며

질긴 목숨을 죽을 용기가 없어서, 그저 숨쉬기에 살아가던 내가


더 일을 해야 하고

더 살아야 하고

죽지 않아야 할 이유이며

죽지 않고 살아있을때 힘들더라도

이렇게 그 모든것을 이겨낼수 있는 무언가가

세상에 존재 한다는걸 알았다.


젊어서 놀아야 한다는 말은 맞다.

지금이 있어야 미래도 있다.

특히나 미래에 내 사지중에 몇개가 없을지 앞은 보일지 확실치 않은 나같은 경우에는.





2018년의 4개월은

내 평생에 잊을수 없는 멋진 기억들로 가득 찼다.

뜨거운 엔진과, 타이어 타는 냄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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