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일기장 2017. 7. 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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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있어서

내게 가장 활력을 주는건 섹스였었다.

사랑했었던 여자와의 시간은 내가 앞으로 더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줬었다.

남들보다 느즈막히 알게된 섹스의 환희는 얼마 가지 못했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 했다.

이것도 고통의 한가지겠지

모를땐 그냥 아 좋겠네 싶었지만

알고 나니 남들은 이것으로 버티며 살아 오는 거라는걸.



하지만 내겐 다른 활력이 있다.

전에도 후에도 언제나 일관성 있게 자동차였다.


난 출근이, 퇴근이 기다려 진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니까.


섹스 전의 흥분 만큼이나 나는 운전이 즐겁다.


내 발로 내 무릎으로 동력이 맺고 끊어지는 순간들을 즐기고 싶고

내 손으로 내 허리로 아스팔트를 느끼며 날카롭게 베어 나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원치 않는 빚의 노예가 되어서

머리카락만 숭숭 빠질 뿐이지.

아직 내 벌의 종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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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일기장 2017. 7.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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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투병 143일째다.

투병 이라 하니까 마치 죽을 병 이라도 걸린것 같다.


사실 당뇨병의 가장 큰 문제는 죽을 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라리 죽을병 이었다면 편했겠지. 죽으면 그만이니까.


난 내 건강을 자부 해왔다.

그래도 친가와 외가의 암 경력들이 있다보니

병에 걸린다면 후두암 폐암 구강암 대장암 췌장암

뭐 기타 등등 죽을병에 걸릴줄 알았다.


그리고 항상 죽는 날을 기다려 왔던 나는 그걸 기뻐 하며 받아 들였을 꺼다.

드디어 내가 죽는 날이 오는구나! 하고.

그래서 열심히 담배도 피웠고.




헌데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선.... 당뇨병...?




그 때 부터 내 삶은 좀 많이 달라질수 밖에 없었다.

20대에 찾아온 당뇨병....

앞으로 80여년을 함께 해야할 병인데


욕심... 모든것이 욕심이 되어버린다.

죽을때 팔다리 온전하게, 아니 앞으로 십수년간 이라도 팔다리 잘 건수 하려면

보통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누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큰 욕심이 되는 것이다.


난 요즘 빵이 먹고싶다.

달콤한 앙금이 들어있는 빵이 먹고싶다.

근데, 난 안된다. 남들은 그냥 맛있게 먹을수 있는 빵이지만

난 이 빵을 먹음으로써 하루 하루 1년 2년

점점더 눈이 멀고 사지를 절단 해야 하는 날들이 가까워질 뿐이니까.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지금 보다도 더 나쁜 미래를 향해 점점더 가까워 지니까.

앞도 보이지 않고 사지는 절단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만 드러 누워

혼자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밥도 못 떠먹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죽는 날만을 하루 하루 기다리며

언제 죽나, 이제 죽으면 안되나, 이제 죽을때도 되지 않았나.... 하고 지금보다 더 심각한 나날들을 보낼

그 시간들에 점점 더 가까워지겠지.



물론 그로 인해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

135kg에서 104kg 까지 감량 되었고, 앞으로 더 진행 되겠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수 있을 용기가 생겼을 때를 위해 온전한 팔다리가 필요 했기에

담배도 끊었고 술도 끊었다.


아무래도 난 벌을 받는것 같다.

이렇게 태어난 주제에 편하게 먹고 살아 왔고

편하고 아늑한 침대에서 잠들고

큰 걱정 없이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냈고

한때는 어떤 여자와 깊은 사랑에도 빠졌고


난 그럴 자격이 없는데, 난 그래선 안되는데, 그래선 안돼는 팔자인데.


그래서 벌을 받나보다. 주제 넘는 행동 때문에 더 오래 오래

더 고통스럽게 더 오래 오래 현생지옥을 살도록 당뇨병 이라는 벌을 받나보다.


잃을게 없는 놈이 무섭다 했다.

난 잃을게 없는 놈은 아니다.

가진건 아니지만 잃을꺼 많다.

난 그래서 함부로 행동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난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한번도 죽음이 두려워 본적은 없다.

죽지 않을까 두려워 본적은 있어도.


죽지 않고 큰 장애를 가지고 오래 오래 살아 갈까봐

지금 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 되어 죽지 못해서 죽을 날 만을 기다리면서 한숨만 쉬는 삶을 살게 될까봐

그게 무서웠지 죽는건 두렵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폐렴만 걸려도 온몸이 존나게 아픈데

죽을 고통으로도 죽지 않으니.


이만 하면 이제 죽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는 없다.

물론 나같은 십창 인생을 사는 놈들이 다 그렇겠지만

난 심하게 더 그런 용기도 깡도 없다.



아마도 난.

팔다리가 잘리고 눈이 멀어도

스스로 죽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릴테지.

이제 이정도 했으면 그만 죽고싶다.


남들에겐 너무나도 당연 한것이

내겐 큰 욕심이고 주제 넘는 행동이고

해선 안되는 죄를 짓는 행위임이 너무 지겹다.

그리고 그에 대한 벌을 받는 것도 싫다.

이제 이정도 했으면 그만 죽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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