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합리화

일기장 2015. 8. 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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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를 받은지가 5개월 정도 되었다.

꾸준히 그 약을 먹으면서, 변화 같지 않은 변화들을 겪었다.

약 때문인지 아니면 내 심정의 변화인지.

일단은 화를 내게 되었다.
난 절대로 내 의견을 내세우던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견을 내면 무조건 그거에 따르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별볼일 없는 인생이라서 그랬겠지만.

약과 치료를 병행 하면서, 예전 같았으면 나만 상처받고 나만 고통받고 내가 받아야할 처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혼자 아파해야 했을 일들에
결국 칼을 뽑아 불공평과 부당함에 항의 했고 수많은 충돌들이 있었다.

한때는 그것이 내게 가장 크나큰 문제였다. 예전엔 그냥 넘어가서 나만 손해보면 될것을 서로 열내서 해결보는 방식으로 넘겼으니.

그러나 요즘의 내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강박장애 환자임을 방어 수단으로, 자기 합리화 수단으로 쓰고 있다.

그래, 나는 강박장애니까.
그래, 나는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자니까.
그래, 나는 갱생중 이니까.

사실 갱생은 범죄자들 한테나 쓰는 말이지만, 내 운명엔 갱생이 필요하니까.

점점 더 시간은 지난다.
점점 더 예전과 같은 처분에 열만 낸다.
내가 열 낸다고 해결될 운명이 아닌데.

내 인생
내 운명
내 처지
내 스트레스
내 생각
내 의견

모든 것에서
나는 강박장애 환자니까
내 운명은 그것밖에 안되니까
난 이렇게 살아도 돼.

"난 이렇게 살수밖에 없어"
가 아닌
"난 이렇게 살아도 돼"

하곤 모든것을 포기하고
방관 한다는 것.

난 쓰레기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난 강박장애니까 그래도 돼
하고 방관하는 것.

지금 그렇게 살아지고 있다.
살아 가는것이 아닌 살아지고 있다.

자기 합리화에 의지 한 채.
약에 의지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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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망상

일기장 2015. 8. 2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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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웃긴게.

어떤 일이 발생 했을때, 그것이 공동체의 잘못 일지라도 꼭 누군가를 앞장세워 책임을 전가한다.

모두의 잘못 일지라도 꼭 한명을 꼽아 누군가에게 죄값을 물게 한다.
자신들은 마치 천사이고 아무런 관계도 없었던것 처럼.


여기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죄값을 지게된 누군가는 사실로써 죄를 말하더라도
피해망상 이라며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난 그저 책임전가의 수단 이었을 뿐인데.
이용 당했을 뿐인데.


대학에 다니던 시절의 꿈을 꿨다.
그때의 기억. 끔찍했던 기억.
내게 그때의 기억이 피해망상이라니.
난 도대체가 인정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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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움

일기장 2015. 8. 2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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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리에 엄청나게 민감하다.
길거리에 틀어져 있는 싸구려 대형 스피커로 틀어진 가요들이 너무나도 듣기싫다. 듣기 싫은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아프고 고통스럽다.

한때는 외국곡을 듣느라
그것도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을 듣느라
한국가요를 우습게 본적이 있다.

왼쪽 귀에 이상이 있어 자극적인 소리를 들으면 귀와 머리가 너무나도 아팠기 때문에.

각종 잡음에 예민해지고
보컬의 발음, 숨소리, 울림이 큰 악기들의 잔향, 화이트노이즈, 씨디 돌아가는 소리 등등

소리에 대한 예민함.
그것이 날 차갑게 만든것 같다.
난 시끄러운 사람이 많은곳에 어울릴수 없다. 남들과 같은 음악적 취향으로 공유할수도 없다. 같은 시대와 같은 시기를 같이 공유한 사람인데.
그 시절의 유행가를 나는 모른다.

난 열린 사람인데, 언제나 환영하는 사람인데.
난 작은것 하나 하나까지도 대중과 맞지 않는다, 평생을 바래오고 노력해왔던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

난 언제쯤 차가운 사람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난 전혀 차갑지 않은 사람인데.

작은것 하나까지 미개한 나의 존재는
나의 존재가 하루하루 한심해지고 있는것을 매일매일 발견하며

하루하루 한심해져가는 나를 채찍질 하지만, 난 이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수 없다.

난 원래 이런 존재니까.
평범해지기 위해
남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위해서 하루하루 고통받으며 손가락질 받으며 죽어가야만 하는 그런 존재.

그럼에도 내게는 평범이 너무나도 부럽다, 태생이 쓰레기인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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