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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친한 친구가 있었다.

참 오래 고민 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힘들때 함께 있었고, 날 잘 챙겨주곤 했던 그런 절친하고 좋은 친구다.

내가 가난해서 부끄럽거나 친구들과 만나기를 꺼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금전적으로도 도와주곤 했고

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마취 덜깨서 헤롱대고 있을 때에도 군입대를 몇일 앞두고도

이틀씩이나 내 병상을 지켜주고도, 그 어떤 생색 한번 안내던 고마웠던 친구다.

그래서 참 많이 생각 하고 많이 고민 했다.



언제부터 였으려나.

대충 군 전역하고 다시 초겨울이 왔을때 쯔음 인것 같다.


슬슬 피하기 시작 하더라, 내가 좀 만나자고 하면 뭐가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슬슬 피하는것 같은 눈치 였는데, 혹시 여자가 생겼거나

아니면 정말로 바빠서 그런 걸 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계속해서 만남을 피했지만, 그러려니 했었다.

정말로 바쁘거나 여자가 생겼거나 했으리라고 생각 하고선.


근데 잘 놀러 다니더라, 심지어 우리집에서 100미터도 안떨어져 있는 곳에 사는 다른 친구는

매일 매일 만나더라, 몇일이고 전화나 카톡으로 만나자고 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절 당하고 나서

밖에 나와서 담배 한대 피우고 바람 쐬이면서 몇번이고 그녀석이 운전하는 차가 지나 가는걸 봤다.

반대 방향 이니까 그쪽에선 날 못 봤겠지만.



그래, 나는 정적이고, 그동네 사는 그친구는 나와는 친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동창으로

활동적인걸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둘이 잘 맞나보네. 그러니까 자주 만나지.

정적인걸 좋아하는 내가 끼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그런거겠지 

그리고 아무리 차가 있다곤 해도 집에 멀고 하니 밤 늦게까지 신나게 그친구와 놀고 나면

피곤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겠지, 하고선 그냥 넘기곤 했다.


사실 속으론 지나가다가 들려서 같이 담배 한대 피울수도 있는데,

그냥 사실대로 말했으면 어 그래 다음에 보자 그랬을 것을 그러지 않았던 것과

나에게 몇번이고 거짓말을 했던것에 대해서 섭섭해 했었다.

하지만 몇번이고 털어냈고 의식하지도 않았다.

뭐 우리가 한두해 친구 였던것도 아니고, 서로 힘들때 기댈수 있었던 관계 인데

겨우 이까짓 껄로 섭섭해 하는 내가 우스워서.

한번 술먹고 어렴풋이 얘기 했던것 같긴 하다...ㅋㅋ







그 다음해 봄에, 난 여자를 만났다.

어찌 어찌 하여 그친구가 다리를 놓아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사랑했고, 사랑했었고, 지금은 내 마지막 사랑이 된 여자. 

돌이켜보니 시발년한테 순수했던 내가 당했던거긴 하지만.


그여자와 헤어졌던 여름, 내 가장 절친했던 그친구는 또 다시 나를 기피하기 시작 했다.

연락을 피하고, 거짓말을하고, 그렇게 거짓말 해놓고 또 동네에서 나랑 마주치고.

한번은 그렇게 매일 시름시름징징 대는 소리 하면 들어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했다.

사회생활 그렇게 하면 망한다고 했다.


나도 알고 있다, 근데 난 그냥 곁에 있을 편한 사람이 필요했지, 물론 슬퍼 하기도 했었겠지만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짜증나는 짓을 할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섭섭했다.

단 한번 조차도 그게 어려웠냐고.


그 친구는 그게 어려웠다고 한다.

미안해 하지도 않았다.





많이 섭섭 했다, 아주 많이, 아주 아주 많이 섭섭했다.

한번은 다른문제로 싸운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서


너 내가 그렇게 힘들때 어디서 뭐하고 있었냐? 라는 질문에 아주 당당하게

"도망갔지."

라고 답했다. 난 그 때의 충격이, 그 여자와의 이별보다 큰 충격 이었다.

그때는 여자는 널렸어도, 이런 친구는 또 없을꺼라고 생각 했을 때 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 난 많은 것을 잊었다, 지나간 일들 이니까.

절친한 내 친구는 식품회사로 취직 하게 되어 지방으로 가게 되었다.


아쉬웠다, 더더욱 자주 못 보겠구나, 게다가 이녀석, 애인 까지 생겼다.

그래서 아마 더더욱 못 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오랜 편한 좋은 친구니까.

그전에 섭섭했던 것들은 잊었다.


아니, 눌러 놓았다.

터트려서 좋을게 없으니까.

그리고 듣기도 싫어 했을 뿐더러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이라 내가 말을 꺼내더라도

분명이 끝까지 말 못 할게 뻔했기 때문에, 말 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 하는 걸 꺼라고 생각 했으니까,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 하고

그쪽에선 그렇게 생각 하지도 않을꺼라고, 분명 이유가 있을꺼라고 생각 해서 꾹꾹 눌러 놓았다.




그래도 간혹 먼길을 돌아 우리 집 앞 까지 와서는, 나를 만나서 떠들고

꼭,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어려웠던 내게 꼭 담배라도 한갑 쥐여주고

맥주라도 하나 쥐여주었다, 아니 던져줬다, 츤데레 한 새끼라서...ㅋㅋ

명절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게는 꼭 선물세트를 보내곤 했다.

내가 기분이 안좋은 날에는 자동차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에게

자기 차 키를 내게 넘겨주곤 한바퀴 돌라고 하기도 했었다.


너무 좋았고, 너무 고마웠다, 이새기가 역시 말은 안해도

속으로는 나를 생각하고 위해주는구나 하고.





그렇게 지내 왔다.



문제는 어제 밤에 터졌다.

나 너무 힘들었다, 그냥 너무도.

가난해서 힘들었고, 정신적으로 괴롭고.


정신병을 치료받고 있고 이겨내고 있고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데, 잘 안되서 힘들었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 이니까 잘 안되는거겠지만은.


힘들땐 친구가 최고다.

그래서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 미친듯이 떠들었다.


그리고 그친구의 비수가 날아왔다.


사회생활.

노력.


그리고 내 목표와 노력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직종 던져 놓고선

하고싶지 않다고 하니까

욕심이없어 노력이없어, 사회생활이 어쩌고


너는 어쩌고 저쩌고

난 이성적인 판단을 할뿐이라면서

전혀 안 이성적으로 얘기 한다.

본인은 할만큼 했다고.




그 순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은 다 몰라도, 너는 내가 이겨내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걸

남들보다 뒤쳐져도 꾸준히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걸 알아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너희들 대학다니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동안 나는 담배연기가 가득찬 당구장에서

아저씨들 개그 받아쳐주느라 주늑 들어 있었다는거 남들은 몰라도 너는 알고 있을꺼라고 생각 했다.


근데

나는 얘를 친구로 생각 했는데

얘는 나를 그냥 사회생활의 일부로 보는건가?

뭐 고등학교 동창이나, 그저 옛날 친구로써?




그럼 그동안에 나한테 베풀던 정은

나와 같은 생각 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그저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지 해야할 인간관계중 하나였을 뿐이라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정말 그순간에.

저 말들을 손으로 일일히 쳐 넣어 놓고선 눈물이 확 올라왔다.


그래서 더이상 볼수가 없어서 그냥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확인해 보자 믿을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믿고 싶지 않은 말들이 쓰여 있었다.


언젠가는 나에게, 왜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거냐고 물을줄 알았다.

난 그게 오늘이 될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석의 답장은


생각해줘서 너한테만 명절선물 보내고 한건데

난 돈이 존나 넘쳐서 5~6만원 하는 선물세트 보내고 한거냐고.

넌 사람 성의 무시 한거라고. 잘 생각해 보라고.









아, 얘한테 내가 그런 관계구나.

내가 깊이 혼자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였구나.

성격이 츤데레한 녀석이라서 미안한 감정을 숨기고 있을줄 알았더니

나만의 착각 이었구나.





내게는 지금 두개의 선택지가 있다.

나 홀로 이녀석은 여전히 변함없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 하고 묻어두는 방법과.


듣던지 안 듣던지 내 할말들을 무자비하게 퍼부어 버리고,

이제는 그만 이녀석에 뜻에 따라 주는 방법.





단언컨데 어제의 나라면 전자 였겠지만.

돈이 넘쳐서 선물세트보냈냐 사람성의무시했냐 라는 말을 들은 나는

솔찍히 이제는 그냥 말해버리고 싶다. 그동안 내가 그랬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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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됄놈은 어떻게해도 안된다고 존나 노력했는데 씨발 남들은 쉽게 되고 난 안돼냐 씨발 뭐 존나 어려운것도 아니고 씨발 아 씨발 좆같네 씨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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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 가볍다, 좋다.

전기기능사 떨어지고나서 별의 별것에 다 성질이 나더니

3킬로그람에 가까운 함마드릴로 작업 했던것 까지 짜증나더라.

그래서 저 함마드릴은 그냥 쓰던대로 집에서 벽에 구멍내거나 할때 유용하게 쓰기로 하고

새로구입해서 시험 합격하면 중고로 팔 생각으로 컴팩트한 드릴을 알아봤다.

무게와 리튬배터리를 생각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역시 남자는 보쉬! 라는 이상한 결론에ㅋㅋㅋㅋ

처음엔 GSB10.8 모델만 자꾸 눈에 띄어 고민을 했었는데, 해머 기능이 빠진 GSR 모델을 발견 했고

그중에도 신형 모델인 2AH 배터리가 포함된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다, 아직 학원에서 실습을 안들어가서 사용 해보진 않았지만.

이제서야 제대로된 공구를 찾은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 해도 14.4V 짜리 함마드릴은 전기 기능사에 너무 과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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