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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임을 알게 되었을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죽은것 보다 못한 몸뚱아리를 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지 못해서

죽은것 보다 못한 삶을 영위하며 살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보름이 지난 지금

그것보다 더 무서운것은 인생의 즐거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이제 평생 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입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남들에겐 휴가철 계곡에서 시원하게 먹는 수박 한통이

더운 여름날 친구들과의 활동 후에 마시는 차가운 콜라의 기쁨이

좋은 친구와 고기에 소주 한잔하며 띄우는 얼굴의 미소가

나른한 점심시간을 깨워주는 차가운 냉면이

이제 내게는 한여름밤의 꿈이 되었다.


음식을 의무로 먹게 되었다.

이제는 '맛' 은 내게 없다.

단맛은 물론이며 음식의 가장 기본적인 맛인 짠맛 조차도 내겐 사치다.


합병증으로 죽는것만 못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희무적으로 몸속에 영양소를 밀어 넣는 행위 일 뿐

내게 먹는 행위는 이제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게 되었다.


잠깐 먹을수 없는게 아니다.

이건 다이어트가 아니고 병이니까, 그것도 불치병.

잠깐이 아니라, 죽어서 눈 감는 그 순간 까지

다시는 '맛'이라는 행복을 느낄수 없다.

영원히.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이었고

인생의 가장 큰 부분 이었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 이었던

'맛' 에게서 영원히 멀어져야 한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없던 우울증 까지 생길것 같은 기분이다.


억울하다, 왜 내가 당뇨여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불과 1년전의 피 검사에서 당뇨와는 전혀 상관 없는 수치를 보였던 나였는데

불과 1년만에 갑작스럽게 당뇨라니...ㅋㅋㅋㅋㅋㅋ


억울하고 우울하다.

더 막 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건강염려증인 사람과 같이 살며 같은 음식을 먹고 살면서도 당뇨에 걸릴꺼였다면. 



미식 프로그램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미식을 탐구 하는 것을 좋아하던 내게

이제 남은건 남은 삶의 좌절 뿐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어떤 즐거움이 맛에 대한 즐거움을 상회 할수 있을까?


글세, 이건희 회장 처럼 개인 전용 써킷에 수십대의 스포츠카 정도라면 만족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고혈당 쇼크로 혈당 1500찍고 정신 잃고 발작 할때

그때 죽었어야 한다.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한다.








오늘부로 14kg 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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