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상적인 사고 방식
2주에 한번씩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거의 내가 하는 얘기들을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 이지만.
나로 하여금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고
또 다른 질문을 얻게 한다.
나는 강박장애 환자다.
어떠한 일에 완벽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용서 할수가 없다.
모든지 완벽 해야 하고
실수가 없어야 한다.
단 한 치의 실수도 내겐 용납 되지 않는다.
단 한번을 하더라도
처음 하더라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내가 증오스럽다.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처음 하면 당연히 못 한다는 것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생각은 그렇게 나를 편안히 놓아주지 않는다.
생각컨데.
유아기 시절, 부모님께 받았던 상처 였다.
모든것에 서툴렀던 어린 나 인데
당연히 모든것이 처음인 내가 잘 할리가 없는데
무엇 하나 잘 못 한다는 이유로 나는 항상 부모님께 혼이 나야만 했다.
첫째라는 이유로, 기대가 컸다는 이유로.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넌 그거 밖에 안돼, 하지마 해봤자야."
"넌 틀렸어."
난 악을 쓰고 하기 위해서 버텼다.
완벽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 했다.
그럼에도 안되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 했다.
그리고 실망하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증오 했다.
학생때가 가장 심했던것 같다.
난 공부를 더럽게 못했다, 정말로.
근데 난 나보다 성적이 좋은 놈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지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내가 저들보다 뭐가 못났기에 성적이 낮은건지
코피를 쏟고 기절 할때까지 잠도 안자고 공부 했다. 매번 그랬다.
걸어가다가 잠들어서 도랑 밑으로 굴러 떨어질 정도로 공부 했다.
공부에 소질이 없는 나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내가,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걸 믿고 싶지가 않았다.
나보다 더 나은 성적의 인간들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증오 하기 보다.
내 스스로를 더 미워하고 증오 했고.
혐오 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 정신병을 가지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
이게 과연 뭘까.
내가 가진 증상들이 심해져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수준까지 이르러
내 병을 진단 받은지는 이제 겨우 1년 반 즈음 이다.
그 전에는 정상인 이었을까?
난 언제 정상인 이었고 언제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난 언제나 의사양반과의 상담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낫고 싶다고, 정상인이 되고 싶다고, 이렇게 심각 하기 전의 정신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내게 돌아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때가
과연 언제인가? 존재 했기는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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