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꾸만 시간은 간다.
자꾸만 헛된 시간이 흘러만 간다.
막을수도 없다, 지체할수도 없다.
하루하루 의미없는 삶을 살아간다.
강박장애, 불안장애, 완벽에 대한 강박과 그로 인한 자기혐오
정신과 치료 7개월차, 뭐가 나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7개월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라는 약을 먹으며
의사와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의사가 주로 해주는 이야기들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것이 없다고 생각해보라는 것 뿐.
원래 내가 이렇다 라는 생각을 버리고, 어떠한 현상에 있어 이유를 찾지 않아야 한다는 것.
난 아직도 일을 못하고 있다.
11개월 째 일을 못 하고 있다.
11개월 째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시간만 보냈다.
일
일 이라는 그 한글자
그 자체 만으로.
내가 다시 일터에 나가야 한다는 그 공포 하나 만으로도
내가 완벽하지 못하여 잘 하지 못하거나, 실수 하거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못할까봐 두렵고
남들보다 뒤쳐질까 두렵고, 남들이 할수 있는걸 못할까봐 두렵고, 남들보다 우월하지 못해서 두렵다.
1등이 아니라는게 너무 분하고 화가나고 1등을 하지 못해서 분하고 화나고 슬프고 좌절한다.
다리가 떨리고 땀이나고 숨쉬기 힘들어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의사양반이 그거 보고 발작이라고 하더라.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아 난 정신병을 앓고 있으니까..."
하고 자기 합리화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로 인해 모든것에서 힘이 빠져버리는 아무런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상황.
지금이 그러한 상황인것 같다.
머리속이 복잡하다.
난 내가 완벽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난다.
완벽하게 한번에 처음부터 모든것을 능숙하고 완벽하게 해낼수 없다는 것에서 너무나도 화가나고
그것이 나를 갉는다. 내 스스로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완벽하지 못할까봐 일을 하는것이 너무너무 두렵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용서 할수가 없다.
그래서 너무너무 화가 난다.
그래서 너무너무 내가 혐오 스럽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11개월째 낮에는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칩거 생활을 하고
주로 밤에 다니고, 집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다.
내가 정신병자 라는 이유로 자기 합리화 하면서.
근래 들어선 어떠한 이유로 전기 기능사가 필요 하게 되어서
전기 기능사 필기 시험을 준비 하고 있다.
너무나도 어렵다. 자동차 정비기능사 와 지게차 운전 기능사 필기 시험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 어렵다.
공부를 하면서도 또 두렵다, 그리고 화가 난다.
내가 잘 하지 못할까봐, 내가 한번에 합격하지 못할까봐 두렵고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같이 수업 듣는데,
나는 저 사람들 보다 훨씬 젊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지 않아서 비교적 시간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내가 저 사람들 보다 이해가 늦거나 습득이 늦을까봐 두렵고 무섭고.
또 그렇게 될수 밖에 없을꺼라고 생각 하는 이유 조차 찾을수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럽고 화가나고
또 이런 나를 용서 할수가 없다.
11개월의 시간동안, 전기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은게 가장 큰 변화 였다.
그리고 시험 준비를 시작한 뒤로 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카페인을 멀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생각 때문에 잠을 못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여러가지 생각들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왜 나는 정신병을 얻었을까.
왜 나는 못났을까.
왜 나는 완벽하지 못할까.
왜 나는 일을 할수 없을까.
왜 나는 모든 일에서 이유를 찾는 것일까.
왜 나는 나를 용서 할수가 없는 걸까.
내일은 뭘 하지?
집에서 칩거생활 하기 시작 하면서 사람들이랑 연락 끊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한테서 연락이 와서 소식을 물으면 뭐라고 답하지?
동문회에서 갑자기 나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누가 결혼이라도 하게 되서 사람들 많은 곳에 가게 될 일이 생기면 어쩌지?
난 왜 일을 못하지?
난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지?
시간이 자꾸만 흐른다.
오늘 밤도 잠을 자지 못하고 이렇게 도중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복잡한 머리속의 단어들을 의미 없이 나열 해 본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마치 내 시간들 처럼 아무런 의미 없이.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데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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