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꼰 에 대한 생각
알바를 하고 있다.
주 5일이고 최저임금인데...
사실상 최저임금도 안 지키고 있는 곳이다.
입사 3개월만 넘어도 죄다 완장 채워서 무급 야근을 시키고 보고 받는다.
그러니까 3개월을 안 넘기고 죄다 퇴사하지, 회사 측에선 그래서 3개월 넘으면 일정 금액을 보너스로 주겠다는데 안 받고 퇴사들 한다더라. 개 좆만한 회사인데도 기록상으론 3개월 새 퇴사자가 260여 명이다.
낮에 일 하고
주 5일이고
표면적으론 주 40시간 근무에
집에서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어서
점심 식사도 집에 와서 할 수 있고(점심 안 줌, 식대 안 줌)
일단 70개가 넘게 뿌린 알바를 포함한 이력서들 중에
딱 4 군데서 나에게 연락이 왔는데, 이중 2개는 취업사기였고
2개 중 1개는 말도 안 되는 근무 조건이었고 (출퇴근 편도 50km 1시간 20분, 교대근무, 하루에 회사에 있는 시간 13시간, 급여 세전 230만 원)
나머지 한 개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유일하게 내가 하겠다 하면 받아 준 곳이다.
아무튼 3일 됐다.
가보면 분위기가 그렇다.
20대 초반이 90%이다.
본사 관리자와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20대 초 중반이다.
20대 초반 뭐 모르는 어려운 아이들 모아다가...
3개월만 버텨라 3개월 후면 완장 채워준다는 말로 현혹해서
완장 채워진 어린아이들이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회사에 현혹되고 거기에 발이 묶이게 되는 것 같다.
최저 임금도 못 받으면서.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고
또 틀-꼰 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런 말도 못 하게 되더라.
진짜 뭐라도 얘기했다간 진짜 별 볼일 없는 새끼가 듣기 싫은 말만 하는 틀-꼰 이 되는 거겠지.
그래서 뭘 해도 허허 웃기만 한다, 스물몇 살짜리 군대 전역한 까까머리 아이가 나에게 지랄을 해도.
생각난다.
내가 20대 초반 시절 착취 당하면서 거기 있던 아저씨들이 나한테 했던 이야기 들이.
너 지금 당하고 있는 거다, 너 지금 속고 있는 거다, 여기를 떠나라 라는 이야기 들이.
아무튼 그렇다.
하루하루 너무 하기 싫다.
지금 까지 내가 해 왔던 일들 중에서
가장 많은걸 나에게 바란다, 이것도 해줘라 저것도 해줘라.
그래도 급여는 자동차 정비 할 때만큼 대놓고 법 어기지는 않고 표면적으론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있으니까.
일단은... 겨울은 보내 보려고 한다.
이렇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