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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톤산증으로 기절해서 3일만에 깨어나서 당뇨라는걸 알았을 때

그때 당시엔 의식도 오락가락 하고, 현실 같지가 않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아,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정신이 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을 때

그때도 별로 심각성을 못 느꼈다.


배가 고파지고

식사를 시작한 이래로

현실로 다가 왔다, 내가 심각한 당뇨병 환자라는게


못먹고 자란것도 서러운데

맛없는것만 먹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것.


살아야 하니까 맛없어도 억지로 꺽꺽 대면서 밀어 넣고

그렇게 밀어 넣으면서 그렇게 많이도 울었다.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산책같은 운동도 하고 그래야 당이 떨어진다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 때 죽었어야 하는데 왜 살아났지

살아난 내 질긴 목숨을 원망 하면서 이불속에서 그저 눈이 부어 앞을 보기 힘들만큼 서럽게 우는게

내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꼼짝없이 서럽게 울고 울고 또 울고 울기만을 반복 하다가

내가 세상에 먹는것 만큼이나 좋아하는게 있는데

아니 그것 보다 더 좋아하는게 있는데


아직 못 해봤다.


아직 수동변속기 가솔린 차량을 운전 해본적이 없다.

와인딩도 못 타봤고 써킷도 못 타봤고

피가 끓는 레이스에 참가도 못 해봤다.


발병 10년 후에 사지중에 몇개 없을수도 있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수 없다.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 생각 하나로 침대를 박차고 나와서 운동을 시작 했다.

언더 100 레이스에 대해서 알고 난 뒤로 피가 끓어서.




5만원씩 10만원씩 모아서

당시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취업성공 수당까지 합쳐서

2017년 9월에 100만원 짜리 차를 샀다.

2018년 시즌을 위해서.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가난하면서 차 타는 놈은 없을꺼다.

쌔빠지게 일해서 180만원 벌어서 120만원을 집에다 가져다 줘야 하는 나였는데

고정지출이 50만원에 더이상 줄일수 있는게 없는 나였다.


월 여유 자금 10만원으로 아끼고 아껴서 저축 하고

외식한번 안하고 음료 한번 안사먹고 담배까지 끊어서 차 탔다.

그만큼 차 타는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벗어날수 없는 가난의 굴레는 정말 벗어날수가 없었다.

고졸 좆밥인 나에게는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고작 연봉 2000만원 조금 넘는 직장만 다닐수 있고

힘쓰면 픽픽 쓰러지는 나에겐 험한일도 주어질수가 없었다.


몸상태가 나빠지며 직장을 관두면서

레이스 준비가 올스톱 되었다.


차를 가져올때, 한시즌 타고 폐차 할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조건에만 맞는 차를 가져왔다.

길어야 1년하고 몇개월 더 탈 차였다.



당장 굴러가게 할 메인테넌스 비용도 대기가 쉽지가 않은데

서스펜션 튜닝도 없는 순정에 휠+타이어+브레이크 만 으로 참가 하려고 해도

앞으로 견인스트랩도 필요하고 소화기도 필요하고


스프린트가 아닌 타임트라이얼을 참가 한다고 해도

앞으로 헷멧과 장갑이 더 필요하며

얼마가 더 들지도 모르겠다.


긴 시간이 걸려 세팅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 때 까지, 아니 당장 2019년 시즌 까지라도 내 차가 굴러갈수 있을지도 장담이 안된다.


무작정 오래된 차에 돈을 부을수도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니까......




나는 과연, 레이스에 참가 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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